[천자 칼럼] 넷플릭스 시대의 뤼미에르 대극장

입력 2022-05-29 17:26   수정 2022-05-30 00:15

오귀스트 뤼미에르와 루이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라프’라는 촬영·영사기를 발명해 특허를 받은 게 1895년 2월 11일이다. 뤼미에르 형제는 그해 12월 28일 파리 도심의 한 카페에서 세계 처음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영화를 상영했다. ‘리옹의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열차의 도착’ ‘정원사 골탕 먹이기’ ‘바다’ 등 50초 내외 길이의 10여 편을 선보였다. ‘열차의 도착’은 무성영화였지만 관객들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증기기관차에 놀라 상영장을 뛰쳐나가기도 했다는 일화다. 그렇게 1895년은 세계 영화사가 시작된 해로 기록됐다.

영화산업은 그 후 100여 년간 끊임없는 기술 발전 아래 괄목할 성장을 거듭했고, 프랑스 영화인들은 휴양지 칸에 형제의 이름을 기념해 3000석 규모의 대극장을 지었다. 이 극장은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베니스·칸) 중 가장 권위 있는 ‘칸 국제영화제’의 개·폐회식장으로 유명하다. 뤼미에르 대극장은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광장) 건물 내에 드뷔시·바쟁·브뉘엘 극장 등과 함께 있다. 대부분 경쟁부문 출품작이 이 극장에서 상영된다.

뤼미에르 대극장이 상징하는 칸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극장 상영작만 초청한다는 것이다. 베니스나 아카데미 등이 오래전부터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애플TV플러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계에 문호를 개방한 것과 대조적이다. 칸이 2017년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영화 ‘옥자’를 초청했다가 관객들의 야유 때문에 상영을 중단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칸에는 아직도 프랑스 극장단체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제 끝난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의 수상 소감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코로나를 통해 극장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닫게 됐다”며 “코로나를 이긴 것처럼 영화관과 영화를 영원히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매출 감소와 OTT의 공세로 생사 기로에 서 있는 영화인들과 극장업계의 고뇌를 가감없이 전달했다는 평가다.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면서 전 세계 극장가가 돌아온 관객들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OTT로 기울었다는 진단도 있다. 칸과 뤼미에르가 계속 극장 영화만 고집할지, 아니면 OTT 영화에도 결국 문을 열지 주목된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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